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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의 역설: "아이를 갖는 건 축복이지만, 경제적 부담은 공포"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요약]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스웨덴 5개국 20~49세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결혼 의향(52.9%)과 출산 시 느끼는 행복 기대감(74.3%)이 5개국 중 가장 높았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92.7%) 역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계획 자녀 수는 1.74명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이는 한국 청년들이 출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출산을 포기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인구 소멸의 위기 앞에 선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의 심리는 복합적이고도 모순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녀를 통한 삶의 만족을 그 누구보다 갈망하면서도, 실제 출산 계획에 있어서는 가장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국형 저출산'의 민낯이 드러난 것입니다. 국외 인구정책 사례 연구를 통해 확인된 한국 청년들의 인식은 단순한 비혼 선호가 아닌, 사회경제적 구조에 의한 비자발적 출산 기피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1. 결혼은 원하지만 출산은 망설이는 '한국적 상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비혼자들의 결혼 의향은 52.9%로 일본(32.0%)이나 프랑스(38.2%)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하지만 출산 의향으로 넘어가면 순위가 뒤바뀌어 스웨덴(43.2%) 등에 밀려 하위권으로 처집니다. 이는 결혼을 안전한 결합으로 보면서도, 출산을 그 결합의 지속과 안정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2. 출산의 만족도와 경제적 비용의 극단적 대조
한국 청년들의 74.3%는 자녀가 삶의 기쁨을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는 스웨덴(64.9%)이나 독일(62.7%)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이 기쁨을 상쇄하는 것이 바로 경제적 부담(92.7%)입니다. 5개국 중 유일하게 90%가 넘는 응답자가 자녀 양육의 경제적 고통에 동의했습니다. 결국 한국 청년들에게 출산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고비용 투자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3. 유럽 국가와의 격차: 계획 자녀 수 1.74명의 의미
출산 의향이 있는 이들이 계획하는 자녀 수에서 한국은 1.74명으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독일과 스웨덴이 2.35명을 계획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입니다. 이는 한국의 청년들이 자녀를 한 명이라도 낳기로 결심했을 때조차, 다자녀 양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사회적 인프라와 지원 정책이 자녀 1인 중심으로 고착화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4. 일본과의 차별성: 포기인가, 억제인가
이웃 나라 일본은 결혼 의향(32.0%)과 출산 의향(20.3%) 모두 5개국 중 가장 낮아, 이미 저욕구 사회에 진입한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한국은 욕구(결혼/만족도 기대)는 높으나 외부 요인(경제/제도)에 의해 억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정책 방향이 단순히 '의식 개선'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억제된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 소득 보전과 주거 안정에 집중되어야 함을 말해줍니다.
5. 인구 위기 타개를 위한 제도적 전환의 필요성
연구팀은 한국 청년들의 긍정적 기대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제언합니다. 출산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은 희망적입니다. 이제는 "아이를 낳으면 행복하다"는 캠페인보다, 아이를 낳아도 생활 수준의 급락을 경험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강력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유럽 사례처럼 공교육 강화와 육아 휴직 제도의 실효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