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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 리포트: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해자들의 끝나지 않은 후유증과 사법 정의
    사진:연합뉴스

    박제된 고통의 시간: 낙동강변 살인사건 누명 피해자들의 지워지지 않는 낙인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해자 후유증 및 재심 경과 요약]
    1991년 발생한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1년 5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인철 씨와 장동익 씨가 출소 후에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최씨는 물고문 당시의 기억으로 인해 비와 와사비를 기피하는 등 일상적인 감각에서 고문의 고통을 재경험하고 있으며, 장씨는 딸과의 잃어버린 시간으로 인한 정서적 괴리감을 호소하고 있다. 2021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이들은 최근 당시 고문 사실을 부인하며 위증한 경찰관 5명을 고소하며 마지막 진실 규명에 나섰다.

    1. 오감을 자극하는 공포: 비와 와사비에 봉인된 고문의 기억

    최인철 씨에게 비 내리는 날은 단순히 궂은 날씨가 아닌, 35년 전 부산 사하경찰서 별관의 물고문 취조실로 소환되는 통로다. 가랑비가 목덜미에 닿는 순간, 그는 수사관들이 잠을 깨우기 위해 목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던 그날의 감각을 떠올린다. 식탁 위의 와사비 또한 금기어다. 물고문 도중 코와 입으로 스며든 물에서 느껴졌던 알싸한 맛은 그가 좋아하던 회조차 먹지 못하게 만들었다. 육체적 가해를 넘어 인간의 기본적인 오감마저 공포의 매개체로 변질시킨 국가 폭력의 잔인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2. 7,841일의 공백: 빼앗긴 세월과 무너진 가족의 유대

    장동익 씨가 겪는 진통의 핵심은 가족의 빈자리다. 그가 억울하게 구속될 당시 고작 두 살이었던 딸은 아버지가 출소했을 때 이미 20대의 성인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가장 필요했던 성장의 시간 동안 그가 줄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이 아닌 부재의 상처였다. 무죄 판결로 법적인 명예는 회복되었으나, 딸과의 사이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마음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고 있다. 잃어버린 7,841일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회복 불가능한 한 가정의 역사적 손실을 의미한다.

    3. 조작된 진실의 실체: 고문으로 만들어진 허위 자술서

    1991년 11월, 경찰은 실적과 압박 속에 무고한 두 시민을 살인 용의자로 둔갑시켰다. 사흘간 이어진 강도 높은 고문 끝에 최씨와 장씨는 결국 저지르지도 않은 범행을 자백하는 자술서를 작성했다. 검찰 수사 단계부터 끊임없이 고문 사실을 폭로했으나, 당시 사법 체계는 그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무기징역 선고 이후 21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그들은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힌 채 모범수로 출소하기까지 자신들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차가운 벽과 싸워야만 했다.

    4. 2021년의 무죄 선고: 사법부가 인정한 국가의 과오

    침묵하던 진실은 2021년 2월 4일, 재심 재판부의 판결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당한 고문과 가혹행위가 사실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억울한 옥살이가 끝난 지 수년 만에 이루어진 법적 복권이었으나, 이미 청춘을 바치고 노년의 문턱에 들어선 피해자들에게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이 판결은 대한민국 현대 사법사에서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되었으며, 사법부의 뼈아픈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5. 끝나지 않은 투쟁: 위증 경찰관들을 향한 마지막 고소

    명예 회복 이후에도 피해자들의 투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최근 재심 과정에서 고문 사실이 없다고 허위로 증언한 당시 수사관 5명을 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자신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가해자들이 법정에서조차 거짓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치유는 가해자들의 진심 어린 사죄와 실체적 진실의 완전한 규명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들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제 공은 다시 수사 기관으로 넘어갔으며, 역사의 정의가 바로 세워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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