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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고가차도 옹벽 붕괴, 설계 무시한 부실시공이 부른 참사였나? – 뒤채움재부터 옹벽 블록까지,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지난 7월, 경기도 오산시 가장교차로의 고가차도 옹벽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옹벽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 폭발하듯 터져 버리는 영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옹벽 붕괴로 인해 도로는 통제되었고, 시민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사고 직후, 관계 당국은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고,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와 오산시, 경찰 등이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옹벽이 시공 단계부터 부실하게 시공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마치 오랫동안 곪아왔던 문제가 폭우라는 외부 자극에 의해 터져 버린 듯한 모습입니다.
뒤채움재, 규정은 어디에? 기준 초과 암석에 건설 폐기물까지 '혼합'
도로 공사에서 옹벽은 흙의 압력을 막아 도로의 안전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옹벽 뒤쪽 공간을 채우는 '뒤채움재'는 옹벽의 안정성과 내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건설기준센터(KCSC)의 표준시방서에 따라 엄격한 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뒤채움재는 흙, 모래, 자갈 등이 서로 간의 마찰력을 통해 안정적인 구조를 형성할 수 있도록 각 재료의 최대 입경, 즉 입자의 직경을 100mm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뒤채움재 속에는 400mm가 넘는 거대한 암석들이 다수 섞여 있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규정 위반입니다.
입경이 큰 암석을 뒤채움재로 사용할 경우, 흙과 돌 사이에 빈 공간이 많이 생겨 다짐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암석의 날카로운 모서리 등이 옹벽의 지지력을 높여주는 보강재, 즉 지오그리드를 훼손시켜 옹벽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마치 뼈대가 부실한 건물처럼, 옹벽 전체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뿐만 아니라, 뒤채움재로는 물이 잘 빠지는 자재를 사용해야 하는데, 사고 현장에서는 토사 사이에 비닐 재질의 건설 폐기물까지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규정을 어긴 것을 넘어, 옹벽의 기능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배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옹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옹벽 블록, 설계도서와 '딴판'? 작아도 너무 작은 블록 사용
문제는 뒤채움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옹벽을 쌓는 데 사용된 블록 역시 설계도서와 다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설계도서에는 가로 456mm, 세로 527mm, 높이 200mm의 블록을 사용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실제 사용된 블록은 가로 450mm, 세로 400mm, 높이 200mm로 훨씬 작았습니다. 특히 세로 길이는 설계보다 12cm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블록은 당연히 무게가 더 가볍기 때문에 뒤에서 밀려오는 토압을 제대로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블록 크기가 작아지면 각 블록 간 접촉 면적이 줄어들어 마찰력도 줄어듭니다. 이는 마치 얇은 벽돌로 높은 담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튼튼하게 쌓으려고 해도, 기본적인 재료가 부실하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는 옹벽이 토압을 이기지 못한 듯 갑자기 부풀어 오르다 터져 나오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뒤채움재 사이로 흘러 들어간 빗물이 안에서 고여 토압을 높이고, 설계를 따르지 않은 부실한 옹벽이 이를 버티지 못해 무너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고는 '빙산의 일각'? 고가차도 전체의 안전성 우려 증폭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에 붕괴된 옹벽뿐만 아니라 당시에 함께 시공된 다른 옹벽들 역시 설계와 달리 부실하게 지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옹벽 블록은 시공이 끝나면 어떤 크기의 것이 사용되었는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른 옹벽들 역시 부실하게 시공되었다면, 이는 단순히 부분적인 문제가 아니라 고가차도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옹벽 붕괴에 대한 사고 조사가 마무리된 뒤 복구 작업이 이루어지더라도, 해당 도로, 즉 고가차도 전체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사고 현장에는 종전에 무너진 40여 미터 구간 옆으로 20여 미터 구간이 추가로 붕괴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옹벽의 부실 시공 문제가 특정 구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고가차도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현대건설 시공, LH 발주… 책임 공방 불가피할 듯
이번 사고가 발생한 옹벽은 현대건설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시공한 양산-가장 구간(4.9km) 도로의 일부이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했습니다. 따라서 사고 원인이 부실 시공으로 밝혀질 경우, 현대건설과 LH는 책임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대건설은 설계대로 시공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뒤채움재와 옹벽 블록의 상태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LH 역시 시공 과정에서 제대로 감독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
오산시 관계자는 "사고 옹벽이 추가 붕괴해 사고조사위의 의견에 따라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안정성 보강 작업을 하고 있다"며 "사고 원인에 대해선 경찰과 사고조사위가 다각도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모래주머니를 쌓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을 통해 부실 시공의 책임을 명확히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부실 시공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 행위입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건설 현장의 감시와 감독을 더욱 강화하고, 부실 시공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이번 오산 고가차도 옹벽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부실 시공 문제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뼈아픈 사건입니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