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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가는 삼성전자 노동연대: 동행노조의 공동투쟁본부 탈퇴 선언
삼성전자 내 비반도체 분야(DX 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및 초기업노동조합과의 공동투쟁본부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동행노조는 상호 신뢰 훼손과 특정 부문에 치중된 안건 처리, 자사 노조를 향한 '어용노조' 비하 등을 탈퇴 사유로 꼽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조 간 노노(勞勞) 갈등이 본격화되었으며, 향후 독자적인 개별 교섭 추진과 함께 노동계의 연대 전선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1. 깨진 연대의 약속: 동행노조의 공동교섭단 이탈
삼성전자 내 노동조합들이 작년 11월 임금협상을 위해 구축했던 단일 대오가 결국 파열음을 내며 무너졌습니다. 2026년 5월 4일,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들이 주축이 된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에 공동교섭단 종료를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이는 그간 협상 결렬 이후 공동투쟁본부를 통해 이어온 강력한 연대 전선에서 이탈하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입니다. 노조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탈퇴는 삼성전자 노동 운동사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자, 조직 내부의 내분 양상이 표면화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무너진 신뢰의 장벽: "특정 부문 중심의 독단적 운영"
동행노조가 결별을 선택한 가장 큰 표면적 이유는 의사결정 구조의 불평등에 있습니다. 동행노조 측은 전체 조합원의 권익을 위한 안건을 지속적으로 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타 노조들이 이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하거나 협의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반도체(DS) 부문 중심의 요구안이 전체의 목소리인 양 대변되는 과정에서, 가전·스마트폰·TV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 조합원들의 소외감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조합의 본질인 '전체 구성원의 이익 대변'이 특정 집단의 사익 추구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이번 이탈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3. 감정의 골과 프레임 전쟁: '어용노조' 비하 논란
조직적 갈등을 넘어선 감정적 대립 역시 심각한 수준입니다. 동행노조는 공문을 통해 그간 타 노조들로부터 지속적인 공격과 비하를 당해왔음을 폭로했습니다. 특히 '어용노조'라는 극단적이고 악의적인 표현이 서슴지 않게 사용된 점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상호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공동투쟁의 장에서 동료 노조를 배척하고 낙인찍는 행위가 반복되면서, 더 이상의 협력적 관계 유지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른 것입니다. 이는 노동계 내부의 정치적 프레임 전쟁이 결국 연대를 파괴하는 독소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4. DX 부문의 대반격: 초기업노조 탈퇴 가속화와 신규 노조 움직임
이번 사태는 비단 동행노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회사 내 과반 노조 지위를 가졌던 초기업노조 내에서도 급격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사업부 중심의 성과급 요구에 반발한 DX 부문 직원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한때 7만 6천 명을 상회하던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순식간에 7만 4천 명대로 주저앉았습니다. DX 부문 내부에서는 초기업노조를 떠나 자신들의 권익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는 별도의 신규 노조를 설립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 내 노동 지형이 부문별 이해관계에 따라 다극화되는 과정으로 해석됩니다.
5. 총파업 앞둔 불투명한 전망: 각자도생의 길로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1일 강행할 총파업을 예고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으나, 동행노조의 이탈로 파업의 동력은 상당 부분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동행노조는 앞으로 회사 측에 개별 교섭을 요청하고, 1인 시위 및 경영진 직접 소통 등 독자적인 대응 노선을 걷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제 삼성전자의 노사 관계는 단순히 '사측 대 노조'의 구도를 넘어, 노조와 노조 사이의 주도권 싸움이 더해진 복합적인 갈등 구조로 진입했습니다. 각 노조가 자율적 참여라는 이름 아래 흩어지면서, 향후 임금협상 과정에서의 협상력 분산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한 뿌리에서 시작된 노동의 목소리가 부문별 이해관계의 차이와 감정의 골을 극복하지 못하고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 안에서 노노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결국 전체 노동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연대의 가치가 부문 이기주의에 가로막힌 지금, 진정으로 조합원 모두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노조 지도부들의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