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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미완성의 예술혼: 故 이순재, 무대 위에서 쓰러지기를 소망했던 거장의 마지막 여정
Ⅰ. '연기란 영원한 미완성': 평생을 바친 예술적 소명의식
25일 새벽 향년 91세로 별세한 배우 故 이순재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드라마 '개소리' 등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펼친 영원한 현역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연기를 향한 끝없는 열정으로 대변됩니다.
이순재 배우는 생전 "연기란 평생 해도 끝이 없고, 완성이 없는 보석"이라 정의했으며, "내 소망은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이라고 밝힐 만큼 강한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한 쪽대본 등 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며 완전한 사전제작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등 원로로서의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연기계의 큰 별, 배우 故 이순재가 향년 91세로 영면에 들었습니다. 그는 별세 직전까지 연극 무대와 드라마를 오가며 현역 최고령 배우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지켰습니다. 그의 연기 인생은 반세기 이상의 세월 동안 끊임없이 타오른 예술혼 그 자체였습니다. 2016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남긴 "연기라는 예술적 창조 행위는 평생 해도 끝이 없고, 완성이 없어요"라는 말은 그의 연기 철학을 관통하는 명제입니다.
그는 연기를 "오랜 시간 갈고 닦아 모양을 내야 하는, 완성할 수 없는 보석"이라 표현하며, 배우는 자신이 맡은 배역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부단한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특별무대에서 그는 "평생을 했는데도 아직 안 되고, 모자라는 데가 있다. 예술이란 영원한 미완성"이라고 고백하면서도, "그래서 나는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이는 그가 어떤 경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순간도 연기를 만만히 보지 않았던 예술가로서의 진정한 자세를 보여줍니다.
Ⅱ.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이 소망": 연기자로서의 절대적 책임감
故 이순재 배우의 삶을 논할 때, 그의 투철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의지를 수많은 방송과 인터뷰에서 강조했습니다. 2023년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와 지난해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 출연하여 공통적으로 밝힌 소망은 "조건이 허락된다면 가장 행복한 것은 공연을 하다 죽는 것", 즉 "무대에서 쓰러져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에게 연기란 단순히 직업을 넘어선 신성한 약속이었습니다. 2008년 모친상을 당한 와중에도 연극 무대에 올라 "관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공연해야 한다"고 했던 일화는 그의 프로페셔널리즘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2011년 동료 배우의 드라마 중도 하차 논란 당시 "배우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어떤 사적인 이유도 공적인 책임감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강력한 직업 윤리를 후배들에게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2018년 영화 '덕구' 출연 당시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조건 작품 그 자체"라고 강조하며, 상업적 성공이나 역할의 비중을 떠나 작품의 완성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진정한 예술가였습니다.
Ⅲ. 업계 관행에 대한 쓴소리: 쪽대본 비판과 사전제작제의 필요성
이순재 배우는 후배들에게는 엄격한 멘토였지만, 드라마 제작 업계의 오래된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쓴소리를 날리는 용기 있는 원로였습니다. 그의 비판의 핵심은 쪽대본으로 대변되는 졸속 제작 시스템에 집중되었습니다.
2010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종방연에서 그는 "작업 과정은 지옥이었다"고 폭로하며, "이제는 완전한 사전제작제로 들어가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이듬해 '마이 프린세스'의 쪽대본 논란 당시에도 "어느 나라가 이렇게 드라마를 만드느냐"고 질타하며, 외주 제작 시 최소 열흘 전에 대본을 넘겨 검사할 시간을 요구하는 계약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제작 환경 개선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본질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2023년에는 "드라마는 감동이 우선, 그다음이 재미"라며, "가족들이 둘러앉아 다 같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면 시청자들은 돌아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상업주의를 넘어 공익적인 가치와 가족애를 담는 드라마의 본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을 반영합니다.
Ⅳ. 영원한 고향 '연극 무대': 정치 생활 8년을 뒤로하고
이순재 배우의 긴 연기 여정에는 잠시 다른 길이 있었습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던 경험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 기간을 돌아보며 "정치 생활 8년간 단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다. 나의 길은 연기라고 생각했다. 나에겐 연기밖에 없었다"고 단언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섭렵했지만, 그의 가장 깊은 애정은 연극 무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는 연극을 '시작한 곳'이자 '돌아갈 고향'으로 여겼습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작을 여기서 했으니 여기에 대한 향수를 늘 갖고 있다"며, "무대는 배우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연극은 그에게 순수한 연기 예술의 본질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으며, 그의 마지막 활동 무대 역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였습니다.
Ⅴ. 후배들에게 남긴 유산: 변신과 도전의 가치
이순재 배우는 후배들에게 연기자로서의 끊임없는 변신과 도전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배우들이 한 단계 뚫고 더 올라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단순히 외모나 스타성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며, "만날 깔끔하게 멋 내는 게 배우가 아니라 역할을 위해 항상 변신하는 게 배우"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공식 석상 수상 소감은 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뒤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온다"며,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말하고 싶다"는 감격 어린 소감을 남겼습니다. 이는 연기에 대한 그의 겸손한 자세와 더불어, 국민 배우로서 대중에게 받은 사랑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의 표현이었습니다. 영원한 미완의 예술을 추구했던 거장의 삶은 이제 후배들에게 끊임없는 연기 열정의 가장 빛나는 유산으로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