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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보사 성분 논란과 주주 손해배상 소송: 법원의 '원고 패소' 판결과 그 법적 함의
📌 사건 핵심 요약: 소액주주 손해배상 청구 1심 판결
- 재판 결과: 서울중앙지법, 소액주주 175명이 코오롱티슈진 등을 상대로 낸 64억 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 원고 패소 판결.
- 주요 쟁점: 인보사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로 밝혀진 것이 '허위 공시'에 해당하는지 여부.
- 법원 판단: 성분이 바뀌었어도 효능이나 유해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투자 판단의 중요 사항을 거짓 기재한 것으로 보기 어려움.
- 배경 상황: 2019년 식약처 허가 취소 후 주가 폭락 사태 발생. 관련 형사 재판에서도 이웅열 명예회장 등 경영진 전원 무죄 선고.
Ⅰ. 인보사 사태의 서막과 소액주주들의 절규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던 이른바 '인보사(인보사케이주) 사태'는 2017년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화려하게 등장하며 시작되었다. 그러나 2019년, 치료제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취소와 더불어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에 대규모 투자 손실을 입은 소액주주 175명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이 성분 착오를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하거나 허위로 공시하여 투자자들을 기망했다는 취지로 64억 원 규모의 민사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Ⅱ. 법원의 판단: '성분 변화'와 '투자 판단'의 상관관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이번 판결에서 원고인 소액주주들의 주장을 일축하며 기업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 판단의 핵심은 설령 주성분이 신장세포로 바뀌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치료제의 효능이나 안전성에 결정적인 변화를 초래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법원은 "성분이 달라진다 해도 효능이 달라지거나 특별히 유해성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명시하며, 성분의 명칭이 바뀐 사실 자체만으로는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중요 사항의 허위 기재'로 간주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과학적 성분 표기의 오류가 자본시장법상의 사기적 부정거래나 허위 공시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Ⅲ. 과학적 사실과 법률적 책임의 경계선
이번 민사 판결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의무와 과학적 발견 사이의 간극을 명확히 보여준다. 인보사는 당초 연골세포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신장세포가 혼입된 채 임상과 허가 과정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법원은 기업이 성분의 오인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고의적으로 투자자를 속이려 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았다. 과학적으로는 성분이 뒤바뀐 명백한 오류가 존재하더라도, 법률적으로는 그것이 주식 가치에 영향을 주는 '중요 정보'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왜곡한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욱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인과관계 증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Ⅳ. 경영진의 형사 무죄와 민사 판결의 궤적
이번 민사 판결은 앞서 진행된 경영진의 형사 재판 결과와 그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은 성분 조작 및 허위 공시 혐의로 기소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하여 이우석 대표 등 주요 관계자들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형사 재판부 역시 성분이 바뀐 점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승인받기 위해 조작했다는 공모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형사 재판에서의 무죄 판결은 이번 민사 소송에서도 기업 측의 불법행위 책임을 조각하는 강력한 근거로 작용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는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다.
Ⅴ. 제약·바이오 산업에 던지는 시사점과 향후 전망
이번 판결은 향후 국내 바이오 기업의 공시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 정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비록 소액주주들이 1심에서 패소하였으나, 인보사 사태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철저한 품질 관리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법원이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은 과학적 오류가 곧장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투자자들에게는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에 따른 고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주주 측의 항소 여부에 따라 향후 상급심에서의 법리 다툼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공시 책임 범위를 설정하는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