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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의 신빙성이 가른 운명: 항소심서 무죄 뒤집고 실형 선고
2024년 1월 펜션에서 처음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합의된 관계'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성범죄 피해자가 처할 수 있는 특수한 심리 상태를 고려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재평가했으며, 피고인의 도주 우려를 이유로 즉각 구속 조치했습니다.
1. 1심 무죄의 반전: 항소심 재판부가 주목한 피해자 진술
직접적인 물증 없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반된 진술만이 존재하는 성범죄 사건에서 진술의 신빙성은 유무죄를 가르는 유일한 잣대가 됩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는 4일 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꾸며낼 수 없을 정도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진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말의 무게'를 잰 것이 아니라, 진술의 내적 일관성과 개연성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입니다.
2. '피해자다움'의 함정을 넘어서: 자연스러운 심리 반응의 인정
그동안 성범죄 재판에서는 사고 직후 피해자가 즉각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쓰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이후 다른 객실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은 행위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본 것입니다.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환경과 심리적 위축 상태를 판결의 핵심 근거로 삼았습니다.
3. 거부 의사의 명확성: 합의된 관계 주장에 대한 배척
피고인 A씨는 1심부터 줄곧 "합의 하에 이루어진 관계"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습니다. 피해자가 이미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시한 이상, 이후 발생한 일부 정황만으로 이를 동의한 관계로 해석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무고죄의 위험이나 사회적 2차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피고인을 허위로 고소할 동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의 고소 동기에 순수성을 부여했습니다.
4. 법정구속과 피고인의 항변: 신빙성 판단의 기준 논란
유죄 선고와 함께 재판부는 피고인의 도주 염려를 차단하기 위해 법정구속을 집행했습니다. 1심 무죄 판결이 뒤집히자 피고인 A씨는 "피해자의 진술은 계속 바뀌었는데 왜 내 말은 믿어주지 않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단순히 진술 횟수의 일관성보다, 진술의 논리적 완결성과 구체적 묘사가 피해자 측에 훨씬 더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성범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일방적 진술보다 피해자 서사의 신빙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최근 사법부의 경향을 반영합니다.
5. 사법 정의의 실현: 물증 없는 사건의 판결 가이드라인
이번 판결은 펜션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한 초면인 남녀 사이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시사점이 큽니다. 항소심은 피해자가 겪은 고통의 무게를 징역 3년 6개월이라는 중형으로 환산했습니다. 이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성범죄 사건이라 할지라도 피해자의 목소리가 합리적이고 구체적이라면 충분히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음을 재확인해 준 사례입니다. 동시에 피고인에게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사법적 단죄가 내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