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그늘: 저임금 실태와 노동권 사각지대
1. 실수령액 118만 원의 함정: 저임금 구조의 현실
이미애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세전 월평균 192만 원의 임금을 받았으나, 실제 이들이 손에 쥔 금액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주거비, 보험료, 통신비 명목으로 월 47만 원에서 52만 원가량이 공제되면서 실수령액은 118만 원, 근무 시간에 따라서는 100만 원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2024년 기준 한국 월평균 임금의 약 51%에 불과한 수치로, '현대판 저임금 노동'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2. 업무 경계의 붕괴: 아이 돌봄을 넘어선 '가사 노동의 무한 확장'
계약상 명시된 주된 업무는 '아이 돌봄'이었으나, 실제 현장에서의 상황은 판이했습니다. 설문 및 면접 조사 결과, 이들은 집안 청소와 설거지는 물론 반려동물 돌봄과 자녀에 대한 영어 교육까지 도맡아야 했습니다. 이주 노동자라는 취약한 지위를 이용해 이용자들이 업무 외적인 요구를 강요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는 노동 보호 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이주 가사노동자가 가구 내 '그림자 노동'의 희생양이 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3. 정책 설계의 구조적 결함: 당사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행정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으로 정책 설계 단계에서의 당사자 소외가 지목되었습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 이용자(가정)와 고용업체의 편의성만 고려했을 뿐, 실제 노동을 수행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과 기본적인 삶의 질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입니다. 이 교수는 정책의 전 과정에서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한, 이주 노동은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4.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제언: 사업장 변경과 체류권 보장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이주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논문은 이들이 부당한 노동 환경에 저항할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 시에도 체류권을 보장하고,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권리의 주체로서 이들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5. 돌봄 가치의 재평가: '양질의 일자리'로 나아가는 길
단순히 싼값에 노동력을 수입한다는 경제적 논리는 장기적으로 돌봄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아이 돌봄과 가사 노동이 지닌 경제적 가치를 직시하고, 이에 상응하는 임금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저임금 담론을 넘어 아이 돌봄 서비스 전반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새로워질 때, 비로소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가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입니다.